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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로의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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Из серии: 마법사의 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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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장

토르는 리스왕자와 함께 성문 밖으로 나가 왕의 부대 막사로 향하는 시골길을 따라 걸어갔다. 토르와 왕자가 성문을 지나가자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차려 자세로 예의를 갖췄다. 토르는 드디어 소속감을 맛봤다. 더 이상 외부인이라는 생각이 사라졌다. 며칠 전만 해도 토르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경비병들이 원형경기장 안으로 토르를 쫓았다. 불과 며칠 만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에스토펠레스가 하늘 위에서 원을 그리며 토르를 내려다봤다. 매가 하강했고 토르는 기쁜 마음으로 매를 손목에 앉혔다. 다행히 아직까지도 철로 만든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매는 다시 하늘 위로 아주 높이 날아올랐지만 여전히 토르의 시야에서 머물렀다.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매는 신비한 동물임이 분명했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토르는 분명 에스토펠레스와 끈끈한 교감을 나눴다.

토르와 리스 왕자는 말없이 막사를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부대원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과연 토르를 어떻게 맞이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질투와 시기심을 드러낼 것인가? 토르에게 집중된 관심에 화가 나 있을 것인가? 캐니언 협곡에서 실신해 실려 나온 일로 토르를 놀려댈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만에 하나라도 토르를 인정해줄 것인가?

가장 후자 이길 바랄 뿐이었다. 부대원들과 겨루는 데 너무 지쳐있었고 이제는 정말로 부대원으로 인정받길 간절히 바랬다. 토르도 그들과 똑 같은 부대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저 멀리서 조그맣게 막사가 보였다. 그러나 토르의 마음속은 다른 걱정거리로 꽉 차버렸다.

그웬돌린 공주.

공주가 리스 왕자의 누나라는 사실 때문에 왕자에게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공주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토르를 협박한 알톤 공작과 만난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가 한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괜히 왕자에게 공주의 이야기를 늘어놔 왕자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행여 친구관계까지 망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알톤 공작은 어떤 분이죠?”

결국 토르는 질문을 던졌다. 불안했다.

“알톤? 알톤 얘기는 왜 묻는 거야?”

토르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들썩였다.

다행히도 리스 왕자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톤은 위협적이야. 왕족답지 않지. 폐하의 세 번째 조카야. 근데 왜? 알톤이 네게 무슨 짓이라도 했어?”

리스 왕자가 실눈을 떴다.

“그웬돌린 누나랑 관련된 일이야? 진작에 너한테 말해줬어야 했는데.”

더욱 궁금해진 토르는 왕자와 시선을 맞췄다.

“무슨 말씀이시죠?”

“알톤은 망나니야. 기저귀 뗄 때부터 우리 누나를 쫓아다녔어. 우리 누나랑 자기가 결혼할거라고 확신한다니까. 어머니께서 허락 하실 거 같긴 하지만.”

“그럼 결혼하나요?”

초조한 목소리가 튀어나와 오히려 질문한 토르가 놀랐다.

토르를 바라보는 리스 왕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런, 이런, 너 우리 누나한테 빠졌구나, 그렇지? 너무 빠르잖아.”

티가 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토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 결국엔 누나의 마음에 따라 결정되겠지. 만에 하나라도 공작과 어머니께서 억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면. 그렇지만 폐하께서는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으실 거야.”

“공주는 알톤 공작을 어떻게 생각하죠?”

너무 꼬치꼬치 묻는 듯 보이긴 싫었지만 꼭 알아야겠기에 왕자를 재촉했다.

왕자는 어깨를 움츠렸다.

“직접 물어봐야 할거야. 누나와 한번도 그런 얘기 해본 적 없어.”

“혹시라도 폐하께서 공주님을 억지로 결혼시키실 수도 있나요? 폐하께서 그렇게 하실 수도 있는 건가요?”

“폐하께서는 원하는 건 뭐든지 하실 수 있어. 그렇지만 그건 그웬 누나와 알톤이 결정할 일이야.”

왕자는 토르를 바라봤다.

“이 모든걸 왜 물어본 거야? 누나하고 무슨 얘길 나눴어?”

토르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뭐라 답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아무것도요.”

“아무것도!”

왕자는 웃음이 터졌다.

“정말 엄청나게 아무것도 아닌 거 같네!”

왕자의 웃음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다. 토르는 더욱 난감했고 혹시 공주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게 모두 다 망상이 아니었나 생각해봤다. 왕자가 다가와 토르의 어깨게 손을 올렸다.

“잘 들어, 친구. 네가 확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바로 그웬 누나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아주 잘 안다는 거야. 그리고 누나는 자기가 원하는 건 꼭 얻어내지. 늘 그래왔어. 누나는 폐하만큼이나 의지가 강해. 그 누구도 누나가 원하지 않는 걸 하게 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게 강요할 수 없어. 만약 누나가 널 선택한다면, 날 믿어. 누나는 꼭 네게 얘기할거야. 알겠지?”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늘 그렇듯이 리스왕자와 얘기를 나누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눈 앞을 내다보니 저 멀리 왕의 부대 막사의 커다란 출입문이 보였다. 놀랍게도 일부 부대원들이 출입문 앞에 모여 토르와 리스 왕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토르의 모습이 멀리서 확인되자 부대원들이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환호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토르 앞으로 달려와 토르의 어깨를 잡고 팔을 걸쳐 막사 안으로 토르를 데리고 들어갔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면서도 부대원들의 호의적인 태도에 토르는 기분이 우쭐해졌다.

“캐니언 협곡 얘기 좀 해봐. 그 반대쪽은 어떤 곳이야?”

“그 괴물은 어떻게 생겼어? 네가 죽인 괴물 맞지?”

“내가 죽이지 않았어, 에레크 명장님께서 하신 거야.”

“네가 엘덴을 구했다며.”

“네가 그 괴물을 정면으로 공격했다던데.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말이야.”

“너도 이젠 우리와 다름없어!”

한 부대원이 소리쳤고 질문 세례를 쏟아내던 나머지 부대원들도 마치 오래 전에 잃어버린 형제를 대하듯 토르를 이끌며 환호했다.

믿기 힘든 순간이었다. 부대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자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그제서야 알았다. 어찌됐든 토르는 이들 앞에서 용맹을 떨친 셈이었다. 토르 자신도 차마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토르는 아주 오랜만에 스스로를 뿌듯하게 생각했다. 더불어 부대원들과 똑같이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 동안 토르의 어깨를 짓누르던 긴장감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

부대원들은 토르를 주요 훈련장으로 이끌었다. 토르의 눈앞에 수십 명의 부대원들과 수십 명의 실버 대원들이 서 있었다. 그들 또한 토르의 등장에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가 토르에게 달려와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콜크 사령관이 토르 앞으로 나서자 한 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늘 토르에게 적대적인 사령관이 보이자 토르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토르를 바라보는 사령관은 그 동안 보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토르에게 미소를 지어주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인상을 쓰고 있지도 않았다. 토르는 사령관의 눈빛에서 토르를 인정하는 마음을 읽었다.

가까이 다가온 사령관은 검은 매 모양의 작은 배지를 높이 들어 보인 뒤 토르의 가슴에 달아줬다.

왕의 부대를 상징하는 배지였다. 토르가 부대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드디어, 토르도 여기 모인 소년들과 똑 같은 부대원이 됐다.

“서부 왕국의 남부 주 출신 토르그린, 왕의 부대 부대원이 된 걸 환영한다.”

부대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토르에게 모여들었다. 토르에게 팔을 두르고 이리 저리 토르를 흔들어댔다.

토르는 차마 이 순간을 받아들이기가 벅찼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그저 이 순간을 즐기면 그 뿐이었다. 드디어 토르도 소속감이란 걸 맛봤다.

콜크 사령관이 몸을 돌려 다른 부대원들을 바라봤다.

“알겠다, 부대원들, 이제 집중해라.”

사령관이 명령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땅 고르기, 무기손질, 말똥 치우기 업무는 배제하겠다. 이제 진정한 훈련에 임할 시간이다. 오늘은 무기를 연마하는 날이다.”

부대원들은 흥분의 환호성을 내지른 뒤 훈련장을 뛰어가는 사령관을 뒤쫓아 뛰었다. 사령관은 청동 문이 빛나는 참나무로 된 원형 건물로 향했다. 가까이에 있던 부대원들과 함께 토르도 그 쪽으로 향했다. 모두들 들떠있었다. 토르의 옆에는 리스 왕자가 걷고 있었고 오코너도 옆으로 달려와 함께했다.

“두 번 다시는 네가 살아있는걸 못 볼 줄 알았어. 다음에는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너처럼 도우러 갈 거야. 그렇게 하게 해줄 거지?”

오코너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토르의 어깨를 살짝 쳤다.

토르도 오코너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건물은 뭐죠?”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궁금해진 토르가 왕자에게 질문했다. 문에는 거대한 철 못이 여기저기 박혀있었고 건물 자체의 생김새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기 창고야, 왕의 부대의 모든 무기들이 여기에 보관돼. 가끔씩 부대원들의 출입이 허락되고 이곳에 있는 무기로 훈련도 하게 해주지. 어떤 훈련을 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져.”

엘덴이 토르 가까이 다가오는 바람에 토르는 잔뜩 긴장했다. 토르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엘덴의 위협에 대비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엘덴은 토르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고맙다고 말해야겠어.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

고개를 푹 숙인 엘덴의 태도가 겸손했다.

난처하기 이를 데 없었다. 토르의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내가 널 잘못 본거 같아, 친구할래?”

엘덴이 손을 내밀었다.

원한과는 거리가 먼 토르가 기꺼이 손을 내밀어 새 친구를 반겼다.

“그래, 친구하자.”

“난 매우 진지해. 난 언제든 네게 되갚아 줄 거야. 네게 하나 빚졌어.”

엘덴은 뒤를 돌아 다른 부대원들 사이로 급히 사라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빨리 모든 게 바뀌어 버린 게 즐거운 뿐이었다.

“아주 형편없는 녀석은 아니었네, 앞으로는 네게 잘 할거야.”

오코너가 말을 걸었다.

토르와 부대원들은 무기 창고에 도착했다. 커다란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절로 감탄이 나왔다. 토르는 천천히 걸어 들어가 목을 쭉 빼고 무기 창고 안을 유심히 둘러봤다. 수백만 개의 무기가 벽에 진열돼 있었고 개중에는 처음 보는 것들도 꽤 많았다. 다른 부대원들도 들뜬 걸음으로 서둘러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마음에 드는 무기 앞에 달려가 직접 들어보고 자세히 살펴봤다. 토르도 이들과 같이 행동했다. 사탕가게에 온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토르는 서둘러 미늘 창 앞으로 갔다. 두 손으로 나무 손잡이를 들어 무게를 가늠했다. 부피가 꽤 컸고 기름칠이 잘 돼 있었다. 도끼의 날이 헤져 있었고 자잘한 금도 보였다. 이 무기가 과연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였는지 궁금했다.

미늘 창을 내려놓고 도리깨를 들어봤다. 못이 잔뜩 박힌 동그란 쇳덩어리가 작은 막대기에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토르는 나무 손잡이를 쥐고 쇠사슬에 연결된 쇳덩어리가 빙빙 돌아가는 느낌을 손으로 익혔다. 토르 옆에는 리스 왕자가 전쟁용 도끼를 쥐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오코너가 긴 창을 이리저리 시험하며 가상의 적을 향해 공중에 창을 찌르고 있었다.

“잘 들어라!”

콜크 사령관이 외쳤고 모든 부대원이 그에게 집중했다.

“오늘은 적군과 거리를 두고 싸우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어떤 무기를 사용하면 되겠는지 말해볼 사람 있는가? 10미터 멀리에 떨어진 적군을 죽이려면 무슨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가?”

“활과 화살이요.”

부대원 한 명이 외쳤다.

“그래. 또 무엇이 있나?”

“창!”

다른 누군가가 소리쳤다.

“또 무엇이 있나?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더욱 많다. 말해봐라.”

“새총.”

토르가 대답했다.

“또 무엇이 있나?”

토르는 머리를 쥐어짜봤지만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었다.

“수리 검.”

리스왕자가 대답했다.

“또 무엇이 있는가?”

부대원들이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생각나는 무기가 없었다.

“던지는 망치가 있다. 던지는 도끼도 있지. 석궁도 있고 창도 던질 수 있다. 검도 마찬가지로 던질 수 있지.”

사령관이 설명했다.

사령관은 부대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기 창고 안을 걸었다. 부대원들은 사령관의 한마디 한마디에 몰입했다.

“그 외에도 더 있다. 땅 위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유용하지. 소처럼 큰 전쟁영웅이 술책이 뛰어난 적군이 던진 돌에 맞아 즉사한 걸 내 두 눈으로 목격한 경우도 있었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병사들은 갑옷 또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갑옷용 장갑을 벗어 적군의 얼굴에 던질 수도 있지. 그렇게 하면 적군이 놀라 뒤로 주춤거릴 거다. 그 사이에 적군을 죽이면 된다. 방패 또한 던질 수 있다.”

사령관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단지 상대와 너희들의 거리만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상대와 싸우면서도 훨씬 더 먼 거리까지 너희들의 공격반경을 넓혀야 한다. 보통의 병사라면 싸울 때 상대와의 간격을 세 걸음 정도로 유지하지만 훌륭한 전사라면 삼십 걸음을 상대와의 사이에 두고 싸울 줄 안다. 알아듣겠나?”

“네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이 동시에 큰 소리로 대답했다.

“좋다. 오늘은 너희들의 던지기 능력을 집중 훈련할 것이다. 무기 창고를 둘러보고 던질 수 있는 무기를 집어라. 각자 무기를 하나씩 들고 30초 안에 밖으로 집합한다. 실시하라!”

순식간에 무기 창고에서는 쟁탈전이 일어났다. 토르도 벽면으로 달려가 집을만한 무기를 살폈다. 토르 만큼 흥분한 부대원들이 서로 부대꼈고 토르도 그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혔다. 순간 알맞은 무기가 눈에 들어와 얼른 집었다. 던지는 용도로 만들어진 작은 도끼였다. 오코너는 단검을 골랐고 리스 왕자는 검을 집었다. 세 사람은 나머지 부대원들과 같이 연습장으로 나갔다.

부대원들은 콜크 사령관을 따라 반대쪽 경기장까지 뛰어갔고 그곳에는 말뚝 위에 박힌 12개의 방패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모든 부대원들이 무기를 하나씩 들고 기대에 가득 찬 모습으로 사령관 주위에 몰려들었다.

“너희들은 이곳에 선다.”

사령관이 바닥에 그어진 줄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제 너희들이 가진 무기를 던져 저 방패들을 맞춰라. 그리고 나서 방패로 달려가 방패에 꽂힌 무기를 하나 빼서 또다시 던져라. 절대로 한번 던져본 무기를 다시 던지면 안 된다. 너희들의 목표물은 저 방패들이다. 방패를 맞추지 못한 부대원들은 연습장을 한 바퀴 돈 뒤 다시 연습한다. 시작하라!”

부대원들은 바닥에 그어진 줄 밖으로 어깨를 맞대고 서서, 저 멀리 뒤 30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는 방패를 향해 들고 있던 무기를 던졌다. 토르도 줄에 맞춰 섰다. 토르 옆 부대원은 뒤로 몸을 젖혀 창을 던졌지만 안타깝게 방패를 빗나갔다.

그 부대원을 자리를 옮겨 경기장을 돌기 시작했고, 때마침 실버 대원이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위로 쇠사슬 갑옷을 걸쳐 무게를 더했다.

“이걸 입고 달려라!”

실버 대원이 명령했다.

부대원은 어깨위로 중압감을 견디며 이미 땀을 삐질삐질 흘렸고 더위 속에서 연습장을 뛰었다.

토르는 방패를 명중하길 바랬다. 몸을 뒤로 젖히고 집중을 한 뒤 도끼를 뒤로 가져가 힘차게 던졌다. 눈을 질끈 감고 명중을 기도했다. 가죽 방패에 도끼가 박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안도했다. 확인해보니 방패 하단에 도끼가 간신히 박혀있었다. 그래도 방패를 맞혔다. 대부분의 부대원들은 연습장을 돌아야 했다. 방패를 맞힌 일부 부대원들만이 방패로 달려가 무기를 바꿔 들었다.

토르도 방패로 달려가 칼날이 길고 얇은 단검을 뽑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이나 훈련은 계속됐다. 던질 때마다 팔에 엄청난 통증이 전해졌고 방패를 빗 맞춰 몇 번이나 연습장을 돌았다. 땀이 비 오듯 계속 흘러나왔다. 다른 부대원들도 토르와 마찬가지였다. 허나 꽤 흥미진진한 훈련이긴 했다. 모든 무기들을 한번씩 던져볼 수 있었고 던지면서 각 무기들의 사용 감과 다양한 손잡이와 날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다. 훈련이 계속 될수록 실력이 확실히 향상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압박했고 체력도 바닥나고 있었다. 줄 뒤로는 겨우 열두 명 정도의 부대원만이 훈련에 임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부대원들은 연습장을 뛰고 있었다. 너무 많은 던지기 횟수와 계속해서 바뀌는 무기들로 인해 쉽지 않은 훈련이었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열기 속에 연습장을 뛰느라 점점 정확도가 떨어졌다. 토르는 헐떡거렸다. 얼마나 더 훈련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찰라 콜크 사령관이 앞으로 나섰다.

“그만하라!”

운동장을 뛰던 부대원들이 돌아와 잔디 위에 쓰러졌다. 그대로 누워 헐떡거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쓰고 있던 무거운 쇠사슬 갑옷을 벗어버렸다. 토르도 잔디 위에 앉아 팔을 쭉 늘어뜨린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부 실버 대원들이 물이 담긴 들통을 몇 개 들고 와 잔디 위에 내려놨다. 리스 왕자가 손을 뻗어 들통 하나를 집어 물을 마신 뒤 오코너에게 건넸다. 오코너도 물을 마신 뒤 토르에게 들통을 건네줬다. 토르도 턱과 가슴으로 물줄기를 흘리며 정신 없이 물을 마셨다. 물맛이 최고였다. 가쁜 숨을 쉬며 들통을 다시 리스왕자에게 건네줬다.

“훈련이 얼마나 더 계속될까요?”

토르가 물었다.

 

왕자는 거친 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어.”

“분명 우릴 죽이려는 거야.”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돌아보니 엘덴이었다. 엘덴이 가까이 다가와 토르 옆에 앉았다. 의아했다. 그렇지만 친구가 되길 원하는 엘덴의 진심이 느껴졌다. 엘덴의 바뀐 태도가 당황스럽긴 했다.

“부대원들!”

사령관이 부대원들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오후가 되면서부터 너희들 중 다수가 목표물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체력이 떨어지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바로 그게 쟁점이다. 전쟁 중에 너희들은 늘 지쳐있을 것이다. 체력이 고갈된다. 어떤 전쟁은 몇 날 며칠이 이어진다. 특히 성을 공격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너희들이 가장 지쳤을 때가 바로 가장 정확한 조준이 요구될 때라는 걸 잊지 말아라. 너희들은 주로 주변에 있는 무기들을 던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모두 다 각종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너희들의 체력 여부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이 목청껏 대답했다.

“너희들 중에 칼을 잘 던지는 부대원이 있다. 대신 그 부대원은 망치나 도끼 등은 익숙하게 다루질 못한다. 그렇게 하나의 무기만 던질 줄 안다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나?”

“아닙니다!”

“이게 단순한 놀이라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사령관은 인상을 쓰며 주변을 돌았고 자세가 흐트러진 부대원들을 발로 찼다.

“너희들은 충분히 쉬었다. 다시 기립하라!”

부대원들과 같이 토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얼마나 더 훈련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됐다.

“장거리 싸움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너희들은 무기를 던진다. 반대로 적군들도 너희에게 무기를 던질 수 있다. 30걸음 밖의 적군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지만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30걸음 밖에서도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날아오는 물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공격을 인식하고 빠르게 움직여 낮게 걷거나, 구르거나, 재빨리 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커다란 방패로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숙지해야 한다.

사령관이 신호를 주자 실버 대원이 커다랗고 무거운 방패를 가져왔다.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토르의 두 배는 돼 보였다.

“지원자 없나?”

사령관이 물었다.

망설임이 역력한 가운데 부대원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재고의 여지도 없이 토르가 손을 들었다.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고 토르가 서둘러 앞으로 나섰다.

“좋아. 적어도 한 명 정도는 자원할 정도로 멍청한 녀석이 있군. 네 기상이 마음에 든다. 바보 같은 결정이긴 하지만 아무 좋다.”

사령관은 토르에게 커다란 금속 방패를 건네 주었고 토르는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토르는 방패를 한쪽 팔에 고정시켰다. 엄청난 무게에 안간힘을 써야 간신히 방패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토르, 네 임무는 이쪽 끝에서 반대편 연습장까지 뛰어가는 거야. 다치지 않고. 저기 50명의 부대원들이 보이지? 저 부대원들 모두가 네게 무기를 던질 거다. 진짜 무기를 사용할거야. 알아듣겠나? 만약 네가 방패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저 끝에 가기도 전에 죽을 거야.”

믿을 수 없는 임무에 토르는 사령관을 쳐다봤다. 부대원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매우 심각한 거야. 전쟁은 심각하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지. 정말로 자원하고 싶나?”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겁이나 다른 할말이 없었다. 이제 와서 결정을 번복할 수도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 많은 부대원들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좋아.”

사령관이 신호를 보내자 누군가가 앞으로 나와 경적을 울렸다.

“달려라!”

사령관이 소리질렀다.

온 사력을 다해 두 손으로 무거운 방패를 들었다. 그 순간 엄청난 울림과 함께 머리위로 전율이 느껴졌다. 강철 망치가 방패를 때린 게 분명했다. 다행히 방패를 뚫진 못했지만 온 몸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토르는 방패를 거의 놓칠 뻔 했지만 가까스로 붙들고 움직였다.

방패를 겨우겨우 지탱하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갖가지 무기들이 토르 주변으로 날아왔고 토르는 더더욱 힘을 줘 방패를 놓치지 않게 사력을 다했다. 토르의 목숨이 방패에 달려있었다. 달릴수록 어떻게 해야 방패를 놓치지 않고 몸을 잘 숨길 수 있는지 감이 왔다.

화살이 하나 날라와 아주 간소한 차이로 토르를 빗나갔다. 토르는 턱을 더 끌어당겼다. 또 다른 묵직한 무기 하나가 방패에 정통으로 맞았고 이에 토르는 뒷걸음질 치며 넘어졌다. 허나 재빨리 일어나 다시 달렸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고 숨을 헐떡이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돌아와라!”

사령관이 외쳤다.

토르는 바로 방패에서 손을 뗐다.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끝까지 왔다는 사실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더 이상 방패를 들 힘도 없는 상태였다.

서둘러 부대원들에게 돌아왔다. 부대원들은 토르의 모습에 감탄했다. 토르 또한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잘했어.”

리스 왕자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다른 지원자 없나?”

사령관이 물었다.

부대원들은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토르를 보고 나자 그 누구도 지원할 생각이 없어졌다.

토르는 자부심을 느꼈다. 만약 자신이 지원한 임무가 뭐였는지 미리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무사히 자원을 마쳤고 이에 기쁠 따름이었다.

“좋다. 그런 내가 선택하지, 거기! 세이든!”

사령관이 손가락으로 부대원 한 명을 호명했다.

삐쩍 마르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부대원이 겁을 잔뜩 먹고 앞으로 나왔다.

“저요?”

세이든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머지 부대원들은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너. 그럼 누구겠어?”

“죄송합니다, 주군, 그렇지만 저는 안 할래요.”

부대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일었다.

콜크 사령관이 인상을 잔뜩 쓰고 세이든에게 다가갔다.

“네가 원하는 대로는 못하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세이든은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쟤는 여기 있어선 안돼.”

리스 왕자가 토르에게 귓속말했다.

토르가 고개를 돌려 왕자와 시선을 맞췄다.

“무슨 말이에요?”

“명문가 자재거든, 부모님 능력으로 여기 들어온 거야. 그렇지만 세이든은 부대원이 되고 싶어하질 않아. 전사의 기질이 하나도 없어. 사령관도 그걸 잘 알고. 세이든을 낙오시키려는 거야. 부대에서 제명시키고 싶어하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주군, 그렇지만 못해요.”

세이든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야 한다!”

정적이 흘렀고 엄청난 긴장감이 대립됐다.

세이든은 수치심에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죄송합니다. 다른 임무를 주시면 뭐든 기꺼이 하겠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령관은 세이든의 코앞으로 열을 올리며 돌진했다.

“네게 다른 임무를 주마. 네가 어느 집 자식이건 난 상관없어. 이제부터 뛰어라. 쓰러질 때까지 계속해서 연습장을 뛰어라. 이 임무에 지원하기 전엔 돌아오지마. 알겠나?”

세이든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버 대원 한 명이 세이든에게 다가가 갑옷을 입혔다. 곧 또 다른 실버 대원이 그 위로 갑옷을 하나 더 걸쳐줬다. 세이든이 과연 그 무게를 견딜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갑옷 하나만으로도 뛰기가 벅찼기 때문이다.

사령관은 몸을 쭉 피고 뒤에서 세이든을 발로 찼다. 세이든은 앞으로 절룩거렸고 천천히 연습장을 뛰기 시작했다. 세이든이 측은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세이든을 보자 과연 그가 왕의 부대에서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갑자기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왕의 신하들이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실버 대원 열두 명도 함께였다. 긴 창을 들고 깃털이 달린 헬멧을 쓴 왕의 신하들은 부대원들 앞에서 멈췄다.

“폐하의 공주님 결혼식을 기념하기 위해, 해가 가장 긴 하지를 기념하기 위해, 폐하께서 남은 하루를 사냥일로 선언하셨다!”

토르 주변의 모든 부대원들이 큰 환호성을 질러댔다. 왕의 신하들이 돌아가자 부대원들이 신속히 말들의 뒤를 쫓아 뛰었다.

“무슨 일이죠?”

토르도 부대원들을 따라 뛰어가며 왕자에게 물어봤다.

왕자의 얼굴은 커다란 미소로 가득했다.

“횡재했어! 우리 훈련 끝났어! 이제 사냥 가는 거야!”

제 21장

토르는 사냥을 위해 나눠준 창을 받아 들고 숲 길을 뛰었다. 리스 왕자와 오코너, 엘덴이 토르 옆에서 함께 달렸고 50여명의 부대원들과 무리를 이뤘다. 이들 앞으로는 약 백여 명의 실버 대원들이 간단한 갑옷 차림으로 말을 타고 달렸다. 일부 실버 대원들의 손엔 단창이 들려 있었고 그 외 대부분의 실버 대원들은 어깨위로 활과 화살을 멨다. 말을 탄 실버 대원들 옆으로 수십 명의 수행원들이 말을 타지 않고 이들과 나란히 함께 숲 속을 달렸다.

가장 선두에는 맥길 왕이 있었다. 거대한 몸짓에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사냥에 한껏 부푼 듯 미소가 가득했다. 캔드릭 왕자, 개리스 왕자, 고드프리 왕자가 사냥에 동행했다. 고드프리 왕자의 참석은 예상 밖이었다. 수십 명의 견습 기사들도 함께였다. 몇 명은 등을 곧게 피고 상아로 만든 경적을 불었고, 나머지 견습 기사들은 으르렁거리며 맹목적으로 앞서간 말들을 쫓는 사냥개들의 목줄을 간신히 잡고 달렸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숲을 지나자 사냥에 나선 거대한 무리는 각자 소규모로 흩어졌다. 다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토르는 어느 무리를 따라갈 지 고민했다.

에레크 명장이 토르 가까이 말을 타고 지나갔고 토르 일행은 명장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토르는 리스 왕자 옆으로 뛰어갔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죠?”

뛰면서 말하느라 토르의 숨이 헐떡거렸다.

“숲 속 깊이 들어가는 거야, 실버들은 전리품으로 짐승들을 사냥해오거든.”

“왜 어떤 실버는 말을 타고 어떤 실버는 말을 안타는 거죠?”

오코너가 왕자에게 질문했다.

“말에 탄 실버들은 사슴이나 가금류 같은 사냥이 쉬운 짐승들을 잡으려는 거고, 말을 안 탄 실버들은 좀 더 위협적인 짐승을 노리는 거야. 예를 들면 노란 꼬리 멧돼지 같은 것들.”

짐승들 이야기에 흥분이 되는 한편 김장감도 느꼈다. 어린 시절 노란 꼬리 멧돼지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노란 꼬리 멧돼지는 약간의 도발에도 사정없이 달려들어 사람을 반으로 찢어놓는 험악하고 위험한 짐승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실버들은 말을 타고 사슴이나 새를 사냥하는 걸 선호하지. 반면 젊은 실버들은 두 발로 직접 위험한 짐승들을 사냥하길 원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그만큼 체력이 더 받쳐줘야 하겠지.”

에레크 명장이 설명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너희 부대원들의 사냥을 허락하는 이유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실버들과 함께 달리는 콜크 사령관이 소리쳤다.

“너희들에게는 훈련이나 다름없다. 사냥 내내 두 발로 뛰어 전사들의 말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 여기서 더 가면 너희들은 다시 좀 더 작은 무리로 흩어질 것이다. 각자의 길을 따라서 각자의 짐승을 사냥한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위협적인 짐승을 찾아 목숨을 걸고 사냥해라. 사냥에 요구되는 기질이야말로 전사에게 요구되는 소양과 다를 바가 없다. 체력과 대담함을 비롯해 적의 크기와 흉포성에 상관없이 어떤 상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자세 말이다. 지금부터 사냥 시작이다!”

토르는 좀 더 속도를 높였다. 토르의 일행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앞선 말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힘차게 달렸다. 무리들이 분리되어 각각 흩어졌고 토르는 또다시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리스 왕자와 오코너와 함께 간다면 어디든지 괜찮다고 생각했다.

“화살을 줘, 빨리!”

에레크 명장이 급하게 외쳤다.

토르는 재빨리 행동에 옮겼다. 말 옆으로 달려가 안장에 달린 화살 통에서 뺀 화살을 명장에게 건넸다. 명장을 화살을 활에 끼우고 속도를 늦추며 침착하게 숲 속으로 활을 당겼다.

“사냥개!”

명장이 소리쳤다.

견습 기사 하나가 짖어대는 사냥개를 풀어줬다. 숲 속으로 달려들어간 사냥개는 놀랍게도 커다란 새 한 마리를 물고 나왔다. 에레크 명장은 전리품을 확인하자 화살을 내려놨다.

명장의 화살은 완벽히 새의 목을 관통해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흠잡을 데 없는 명중이었다. 명장이 어떻게 숲 속의 새를 발견했는지 경이로울 뿐이었다.

“새!”

에레크 명장이 외쳤다.

토르는 뛰어가 죽은 새를 집어 올렸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고 목에서는 피가 흘렀다. 재빨리 돌아가 명장에게 새를 건넸고 명장은 새를 받아 안장에 걸쳤다.

주변 실버들이 사냥하는 모습도 명장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새를 겨눠 활을 쏘면 그들의 후견부대원들이 죽은 새를 회수했다. 대부분 활을 사용했고 일부 실버들은 창을 던졌다. 캔드릭 왕자는 창을 꺼내 목표한 사슴을 명중시켰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고 정확히 목에 창이 관통해 사슴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숲에서 이토록 다양한 짐승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며칠 동안 왕궁 식구들을 모두 먹여 살리고도 남을만한 양이었다.

“전에도 사냥 해 보신적 있어요?”

토르는 달리는 말을 피해 리스 왕자 쪽으로 거리를 좁혔다. 사냥개들이 짖어댔고 경적이 계속 울렸다. 대원들이 소리치고 웃고 승리를 축하하는 소리에 토르의 목소리가 거의 묻혔다.

계속되는 달리기에도 리스 왕자의 얼굴에선 큼지막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많이 해봤지! 그렇지만 이전까진 다 폐하 덕에 특별히 허락된 거였어. 특정 나이가 돼야만 사냥에 참가할 수 있거든. 정말 스릴 넘치는 일이야. 비록 모두 다 무사히 사냥을 끝내는 건 아니지만. 멧돼지를 사냥하다 적어도 한 명 이상 목숨을 잃거든.”

달리며 대답하느라 왕자는 숨을 헐떡거렸다.

“난 항상 말을 타고 사냥했었어. 이렇게 부대원과 함께 두 발로 뛰며 사냥하는 건 처음이야. 또 멧돼지 사냥도 그렇고. 모두 다 처음이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숲이 바뀌었다. 수십 개의 갈림길이 펼쳐졌고 그 갈림길은 또다시 여러 개의 갈림길로 나뉘었다. 경적이 울렸고 커다란 무리는 다시 한번 소규모로 나뉘었다.

토르는 에레크 명장을 따라갔고 리스 왕자와 오코너도 토르와 함께 뛰었다. 이들은 급격하게 꺾이고 경사진 좁은 길을 택했다. 뛰고 또 뛰었다. 토르는 손에 창을 꼭 쥐고 작은 시냇가를 건넜다. 에레크 명장과 캔드릭 왕자가 말을 타고 달렸고 그들 곁으로 토르, 리스왕자, 오코너, 엘덴이 속도를 맞추고 있었다. 토르는 뒤를 돌아봤다. 부대원 두 명이 멀리서 쫓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체격이 크고 넓었다. 거친 곱슬머리가 눈까지 내려왔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란성 쌍둥이에 토르보다 한두 살 많아 보였다.

“난 콘발이야.”

쌍둥이 중 한 명이 토르에게 인사를 건넸다.

“난 콘벤.”

“우린 형제야.”

콘발이 설명했다.

“쌍둥이야!”

콘벤이 덧붙였다.

“우리가 같이 가도 괜찮을까?”

콘발이 물었다.

부대 먼 발치에서 이들을 본 기억은 있었으나 한번도 가까이서 마주친 적은 없었다. 새로운 부대원들과 안면을 튼 토르는 기뻤다. 더군다나 이들은 처음부터 토르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럼 물론 좋지.”

“사람이 많을수록 더 좋지.”

리스 왕자가 덧붙였다.

“이 숲에 사는 멧돼지들은 굉장히 크다던데.”

콘발이 말했다.

“그리고 치명적이래.”

콘벤이 덧붙였다.

토르는 쌍둥이 형제가 각각 들고 있는 긴 창을 살폈다. 토르의 창보다 세배는 길었기에 왜 긴 창을 들고 왔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히려 쌍둥이 형제는 토르의 단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짧은 창을 가져왔는걸.”

콘발이 토르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 멧돼지들은 뿔이 엄청나게 커. 그거보다 긴 게 필요할 텐데.”

콘벤이 의견을 더했다.

“내 꺼 가져.”

엘덴이 토르 가까이로 뛰면서 창을 건넸다.

“그럴 순 없지, 넌 그럼 뭐로 공격하려고?”

엘덴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괜찮을 거야.”

엘덴의 자상함에 감동이 밀려왔고 변해버린 이들의 관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 걸 하나 가져가렴.”

누군가가 지시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에레크 명장이 토르 가까이 와서 안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긴 창 두 개가 걸려있었다.

토르는 고마운 마음으로 긴 창 하나를 안장에서 빼냈다. 창이 너무 무거워 들고 뛰는 게 쉽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긴 창 덕에 마음이 좀 놓였다. 이상하게 긴 창이 꼭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달리고 달렸다. 토르는 가슴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토르는 경계를 살피며 짐승의 흔적을 찾았다. 곁에 있는 일행들과 긴 창 덕에 든든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안한 건도 사실이었다. 멧돼지 사냥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다.

폐가 터질 것 같은 순간 숲 속 빈 터에 이르렀고 천만다행으로 에레크 명장과 캔드릭 왕자가 말을 멈춰 세웠다. 토르도 달리기를 멈췄다. 공터에는 여 덜 명의 전사와 부대원이 가던 길을 멈추고 서 있었다. 다들 숨을 고르며 서있는 동안 에레크 명장과 캔드릭 왕자가 말에서 내렸다. 말들도 가쁜 숨을 헐떡거렸고 숨 소리 외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바람소리가 전부였다. 수백 명의 무리들이 각각 흩어져 숲 속을 달리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토르는 자신의 일행이 그들과 꽤 멀리 떨어져 있음을 짐작했다.

토르는 거친 숨을 쉬며 공터 주변을 둘러봤다.

“짐승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왕자님은요?”

리스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멧돼지는 매우 간교하단다. 항상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니야. 가끔은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지. 무방비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공격을 해. 절대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에레크 명장이 설명하며 한발 앞으로 나왔다.

“조심해!”

오코너가 소리질렀다.

돌아보니 커다란 짐승이 흥분한 채 공터로 달려들고 있었다. 토르는 순간 움찔했다. 멧돼지의 공격이 분명했다. 오코너가 비명을 질렀고 리스 왕자가 몸을 돌려 창을 던졌다. 빗나갔다. 짐승은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다시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제서야 토르는 멧돼지가 아닌 도망가는 칠면조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모두들 웃음이 터졌고 덕분에 긴장감이 한결 수그러들었다. 얼굴이 붉어진 오코너의 어깨를 리스 왕자가 안심하라며 다독여줬다.

민망한 듯 오코너가 고개를 돌렸다.

“여기 멧돼지 따위는 없나 봐, 우리가 길을 잘못 골랐어. 여기 있는 거라곤 새들 뿐이잖아.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엘덴이 불평했다.

“그것도 나쁘진 않아, 내가 듣기론 멧돼지 사냥은 목숨이 달린 일이랬어.”

콘발이 대꾸했다.

캔드릭 왕자와 에레크 명장이 차분히 숲을 살폈다. 토르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짐작했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로 미루어 보아 분명 두 사람은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음, 길이 여기서 끝났나 보네, 여기서 계속 가면 아무 표시도 없을 거야. 다시 돌아오지 못해.”

리스 왕자가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사냥도 끝나잖아요.”

오코너가 대답했다.

“만약 빈손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멧돼지를 못 잡으면요?”

토르가 물었다.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거야.”

엘덴이 대답했다.

“아니야. 모두 다 멧돼지를 발견하는 건 아니야. 사실, 멧돼지를 찾는 경우보다 못 찾는 경우가 더 많아.”

리스 왕자가 정정했다.

모두가 말없이 공터에 서서 거친 숨을 고르며 숲 속을 주시했다. 순간 토르는 물을 너무 많이 마신 덕에 신호를 느꼈다. 사냥 내내 계속해서 소변을 참았고 이제는 방광에서 통증이 느껴져 금방이라도 싸버릴 것 같았다.

“저 잠시만요.”

토르는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디로 가는 거니?”

명장이 주위를 살피며 물어봤다.

“소변 좀 보고 올게요. 금방 올 거에요.”

“멀리 가지 말거라.”

토르는 등뒤로 일행의 시선을 의식하며 서둘러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때마침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일행으로부터 스무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볼일을 마치자 어디선가 난데없이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컸지만 약간 떨어진 곳이었다. 분명히 사람 발걸음 소리와는 달랐다.

목 뒤로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섰다. 천천히 뒤를 돌아 보니 위쪽으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의 한가운데는 커다란 바위가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움직임은 바위 밑에서 포착됐다. 보이진 않았지만 작은 동물이었다.

사람들에게 돌아갈지 직접 확인에 나설지 망설여졌다. 그런데 몸이 저절로 앞으로 나갔다. 무슨 동물이건 간에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섰다. 돌아가서 사람들을 불러오면 그사이 동물이 도망갈 것 같았다.

잔뜩 긴장한 토르는 공터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숲이 점점 좁아져 움직일 공간이 부족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울창한 숲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전부였다. 창을 꼭 붙들고 공터에 들어선 토르는 다시 손에서 힘을 빼 허리 아래로 창을 내렸다.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공터를 눈 앞에 두고 토르는 어리둥절해졌다.

바위 옆 잔디에 조그만 새끼 표범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새끼 표범은 잔디 위에 앉아 꼼지락거리며 울고 있었고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햇살을 받고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난 새끼였다. 두 뺨도 안 되는 크기에 토르의 셔츠 안에 충분히 들어갈 것 같았다.

토르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표범의 털이 온통 하얬다. 어미가 흰 표범인 게 분명했다. 희귀하기로 이름난 동물이었다.

 

순간 등뒤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일행이 토르를 향해 서둘러 달려오고 있었다. 제일 선두에 걱정스런 얼굴을 한 리스 왕자가 있었다. 이들은 순식간에 토르 앞에 도착했다.

“어디로 갔던 거야? 죽은 줄 알았잖아.”

리스 왕자가 캐물었다.

토르 옆으로 달려온 일행의 시선이 새끼 표범으로 향했다. 다들 놀라 탄성이 일어났다.

“중대한 징조이구나, 네가 일생 일대의 발견을 했어.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이다. 혼자 남겨진걸 보니 돌봐줄 어미가 없는 모양이야. 그럼 이제부터 네가 주인이 되야 한다. 앞으로 저 새끼표범을 키우는 건 네 의무가 된 거야.”

에레크 명장이 설명했다

“제가 주인이라고요?”

“이제 네 의무가 된 거란다. 네가 찾았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말해야겠지. 저 새끼표범이 널 찾은 거란다.”

캔드릭 왕자가 덧붙였다.

토르는 난처했다. 양을 길러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엔 어떤 동물도 키워본 적이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토르는 벌써 이 새끼표범에게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하늘빛깔의 작은 눈을 가진 새끼표범도 오로지 토르에게만 시선을 주는 것 같았다.

토르가 새끼표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들어올린 새끼표범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새끼표범이 몸을 뻗어 토르의 뺨을 핥았다.

“새끼표범은 어떻게 돌봐야 하죠?”

토르는 어쩔 줄 몰라 질문을 던졌다.

“다른 짐승을 키우듯 별반 차이 없단다. 배고프지 않게 밥을 잘 챙기렴.”

명장이 대답했다.

“이름을 지어줘야지.”

캔드릭 왕자가 일러줬다.

토르는 심사숙고 했다. 벌써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게 두 번째라니 신기했다. 때마침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을 하나를 공포로 몰고 간 사자 이야기였다.

“크론.”

일행들이 다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 속 이름이네.”

리스가 말했다.

“이름 좋은걸.”

오코너가 말했다.

“이제부터 크론이구나.”

에레크 명장이 말했다.

크론이 고개를 숙여 토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고 이에 토르는 그 무엇보다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토르의 품 안에서 칭얼거리는 표범을 바라볼수록 토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새끼 표범을 알아 온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선 토르는 곧바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높은 하늘 위를 날던 에스토펠레스가 순식간에 하강하며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토르의 얼굴위로 돌진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토르는 처음에 에스토펠레스가 크론을 질투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에스토펠레스가 위험을 경고하러 왔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후 숲 건너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가 토르의 눈 앞으로 돌진했다. 순식간이었다.

에스토펠레스의 경고 덕에 다행히 토르는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달려드는 무언가를 포착한 토르는 재빨리 옆으로 뛰어 몸을 비켰다. 거대한 멧돼지가 토르를 향해 돌진했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빗겨갔다.

공터가 난장판이 돼버렸다. 흉포한 멧돼지는 일행들을 공격했고 이리저리 사정없이 뿔을 들이댔다. 멧돼지의 뿔이 스치자 오코너의 살이 찢겨나갔다. 찢어진 팔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고 오코너는 비명을 지르며 벌어진 상처를 움켜쥐었다.

맨손으로 황소를 때려잡아야 하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엘덴은 긴 창으로 멧돼지를 찌르려 했지만 멧돼지는 그저 고개를 살짝 돌릴 뿐이었다. 그러고는 큼지막한 입으로 엘덴의 손에서 뺏은 창을 두 동강 내버렸다. 다시 몸을 돌려 달려든 멧돼지에 엘덴은 갈비뼈를 들이 받혔다. 그러나 가까스로 뿔을 피해 몸이 뜯겨나가는 부상은 면할 수 있었다.

도저히 제압할 수 없는 기세였다. 멧돼지는 분명 일행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고 누구 하나 죽기 전엔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모두가 자세를 바로 하고 공격에 나섰다. 에레크 명장과 캔드릭 왕자가 검을 꺼내 들었고 토르와 리스 왕자, 나머지 부대원들도 창을 앞세웠다.

다 같이 멧돼지를 가운데로 쭉 둘렀다. 그러나 멧돼지가 1미터 가까이 되는 뿔을 이리저리 사정없이 들이미는 바람에 가까이 다가가 공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멧돼지는 모두에게 둘러 쌓인 채로 빙빙 돌며 이리저리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다같이 순서를 번갈아 가며 멧돼지를 공격했다. 에레크 명장의 검이 멧돼지의 옆구리를 제대로 베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멧돼지는 끄떡없다는 듯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때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잠시였지만 토르의 눈앞에 무언가가 포착됐다. 토르가 고개를 돌려 숲을 살폈다. 저 멀리 나무 뒤에 누군가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토르의 눈에 분명 활과 화살을 들고 공터 쪽을 겨냥하는, 모자가 달린 검은색 망토를 입은 남자가 보였다. 남자가 노리는 건 멧돼지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토르는 방금 본 게 환영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토르 일행이 공격을 받는다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이곳에서?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숲 한가운데서? 누구에게 말인가?

토르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나머지 일행들이 위험에 처해있었기에 무작정 달려갔다. 검은 옷의 남자는 캔드릭 왕자를 노리고 있었다.

토르는 캔드릭 왕자에게 달려들었다. 왕자를 강하게 덮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잠시 후 화살이 지나갔고 두 사람은 다행히 화살의 방향을 벗어나 있었다.

토르는 검은 옷의 남자를 찾기 위해 곧바로 숲을 살폈지만 남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러나 토르는 더 이상 남자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겨우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멧돼지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멧돼지는 방향을 바꿔 토르에게 돌진했고 도망치기엔 이미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날카롭고 길다란 뿔을 앞세우고 눈앞으로 돌진하는 멧돼지를 본 토르는 몸을 최대한 말아 충격에 대비했다.

잠시 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에 토르는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멧돼지 위에 올라탄 명장은 검을 쥔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린 뒤 멧돼지의 뒷목에 내리꽂았다. 멧돼지는 괴성을 질렀고 입에서는 피가 튀어나왔다. 무릎을 꿇고 넘어진 멧돼지는 그대로 에레크 명장을 태운 채 바닥에 쓰러졌다. 한발자국 떨어진 곳에 토르가 있었다.

모두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방금 일어난 일을 납득해보려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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