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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Из серии: 마법사의 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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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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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눈물

((마법사의 링 연작소설 제 4권))

모건 라이스

모건 라이스 작가 소개

모건 라이스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USA 투데이(USA Today)에 장편 판타지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작가로 선정됐다. 저서로는 17권으로 구성된 장편 서사 판타지 연작소설 ‘마법사의 링,’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11권의 연작소설 ‘뱀파이어 저널(집필 중),’ 또 다른 베스트 셀러 1위인 2권의 스릴러 소설 ‘생존 3부작(집필 중)’이 있다. 이 외에도 5권의 장편 서사 판타지 연작소설인 ‘왕과 마법사(집필 중)’를 새롭게 집필 중이다. 모건 작가의 소설은 오디오 북과 인쇄 본으로 출판 됐고, 2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모건 작가는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www.morganricebooks.com로 방문하셔서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무료 소설, 증정품, 무료 앱 다운로드의 혜택과 최신 단독 소식을 제공받으실 수 있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작가와의 소통이 가능합니다!

모건 라이스 작가에 보내는 찬사

“음모, 대항책, 미스터리, 용맹한 기사들, 실연의 아픔이 가득한 사랑의 결실, 기만, 배신 등 마법사의 링은 즉각적인 흥행요소를 고루 갖춘 소설이다. 읽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하고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매료된다. 판타지 소설 애독자라면 영구 소장도서로 추천한다.”

--도서 및 영화 평론, 로버트 메토스.

“재미있는 서사 판타지 소설.”

—컬커스 리뷰(Kirkus Reviews)

“눈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책에서 시작된다.”

--샌 프란시스코 북 리뷰(San Francisco Book Review)

“액션이 가득한 소설…. 흥미로운 라이스 작가의 글과 견고한 전제.”

--퍼블리셔 위클리(Publishers Weekly)

“기상이 넘치는 판타지….젊은 성인 시리즈물의 시작.”

--미드웨스트 북 리뷰(Midwest Book Review)

모건 라이스 저서

왕과 마법사

용의 부상 (제1권)

피어나는 용맹 (제2권)

명예의 무게 (제3권)

용맹의 구축 (제4권)

어둠의 왕국 (제5권)

마법사의 링 연작소설

전사로의 원정 (제1권)

왕들의 행군 (제 2권)

용의 숙명 (제 3권)

명예의 눈물 (제4권)

영광의 맹세 (제5권)

용맹의 충전 (제6권)

검의 의식 (제7권)

수여된 무기 (제8권)

주술에 사로잡힌 하늘 (제9권)

방패의 바다 (제10권)

강철 집권 (제11권)

화마에 갇힌 땅 (제 12권)

여왕들의 규칙 (제13권)

형제들의 맹세 (제14권)

인간의 꿈 (제15권)

전사들의 마상 시합 (제16권)

전투의 선물 (제17권)

생존 3부작 연작소설

아레나 원: 슬레이버서너스(제1권)

아레나 투(제2권)

뱀파이어 저널 연작소설

일변 (제1권)

사랑 (제2권)

배신 (제3권)

운명 (제4권)

욕망 (제5권)

약혼 (제6권)

맹세 (제7권)

발견 (제8권)

부활 (제 9권)

갈망 (제10권)

숙명 (제11권)

저작권 © 2013 모건 라이스

본 전자 책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1976 미국 저작권법 규정에 따라 허용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문서의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단복제와 무단전제가 금지되며 데이터베이스 또는 검색 시스템에 저장하거나 저자의 사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 전자 책은 개인 소장용입니다. 재판매나 무단배포는 금지됩니다. 다른 사람과 책을 공유하고자 하는 경우 각각의 추가 복사물을 구매하십시오. 직접 구매하지 않았거나 개인 소장용이 아닌 책은 반환해주시기 바라며 개인 소장용을 구입하십시오. 저자의 노력을 존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이름, 등장인물, 사업, 기관 명, 장소 명, 이벤트, 사건 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산물이자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모든 이름과 생존 및 죽음에 대한 유사한 상황은 전적으로 우연입니다.

Shutterstock.com.의 허가 아래 사용된 표지 이미지 저작권 RazoomGame 소유.

한글번역 김성희


목차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4 장

제 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 9장

제 10장

제 11장

제 12장

제 13장

제 14장

제 15장

제 16장

제 17장

제 18장

제 19장

제 20장

제 21장

제 22장

제 23장

제 24장

제 25장

제 26장

제 27장

제 28장

제 29장

제 30장

제 31장

제 32장

제 33장

제 34장

제 35장

제 36장

제 37장

제 38장

제 39장

“위대함을 두려워 말라.

어떤 사람은 위대하게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위대함을 성취하며,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게 위대함을 떠맡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십이야 中에서

제 1장

루안다 공주는 전쟁터를 가르며 뛰어갔다. 군사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길목 사이 사이로 몸을 피하며 맥클라우드 왕이 있는 조그만 집으로 향했다. 공주의 손에는 차가운 금속 말뚝이 쥐여 있었다. 백성들의 터전이자 흙먼지로 가득한 도시를 가로지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공주는 최근 몇 개월간 이뤄진 침략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끌려 다니며 백성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모두 목격하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다. 공주 안에서 무언가가 북받쳐 올랐다. 이제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사 전체와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든 이 사태를 막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루안다 공주는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것도, 맥클라우드 왕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앞을 향해 달려가며 애써 이런 나약한 생각을 지웠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서 수 많은 군인들 사이로 저 멀리 맥클라우드 왕이 보였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불쌍한 여인을 어깨에 메고 인적이 없는 작은 백토 집으로 들어갔다. 맥클라우드 왕은 이내 집의 대문을 닫아버렸고, 닫힌 대문 위로 흙먼지가 일어났다.

“루안다!” 누군가가 공주를 불렀다.

공주가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에서 공주를 뒤쫓는 브론슨 왕자가 보였다. 끝없는 군대의 행렬에 브론슨 왕자는 몇 번이나 멈춰 섰다가 다시 공주 뒤를 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루안다 공주에게는 다름아닌 지금이 적기였다. 만약 브론슨 왕자가 공주를 따라잡으면 공주가 굳게 마음먹은 일을 막아 설 게 분명했다.

공주는 말뚝을 꼭 움켜쥐고 더욱 속력을 내어 달렸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 생각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맥클라우드 왕의 모든 군대가, 모든 사령관들이 또한 그의 아들이, 모두 그에게 기가 눌려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공주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설상가상으로 루안다 공주는 군인은 고사하고 기존에 사람을 죽여본 일이 없었다. 결국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 앞에서 얼어붙어버리게 될까?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브론슨 왕자의 경고처럼 진정 맥클라우드 왕은 불굴의 존재일까?

루안다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의 군대가 벌이는 참사의 현장과 더불어 비참하게 망가져버린 공주의 고국을 바라보며 맥클라우드 왕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공주는 브론슨 왕자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맥클라우드 왕가와의 결혼에 동조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랜드 산맥이 서부 왕국과 동부 왕국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 덕에 맥길 왕국은 그 동안 운이 좋았다고 봐야 했다. 이제서야 공주는 그 덕에 두 왕국이 서로 분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절실하게 실감했다. 공주가 너무 순진했다. 맥클라우드 왕국이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맥클라우드 왕국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맥클라우드 왕의 며느리가 되고 언젠가는 맥클라우드 왕국의 여왕이 되는 일에 큰 사명을 걸었던 스스로의 어리석었던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서야 공주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깨달았다. 다시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맥길 왕국에서 지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 돈, 명예를 포함한 모든 걸 얼마든지 내던질 수 있었다. 공주는 자신을 맥클라우드 왕국에 시집 보낸 아버지에게 분노가 일었다. 철없고 순진했던 공주는, 당시 그로 인한 결과를 더욱 신중하게 고려했었어야 했다. 자신의 딸까지 희생시킬 정도로 정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공주는 또한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가 미웠다. 이 모슨 상황 속에 홀로 자신을 남겨둔 아버지가 미웠다.

최근 몇 개월간 루안다 공주는 의지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똑똑히 인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그녀가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였다.

공주는 부들부들 떨며 작은 벽토 집에 도착했다. 어두운 오크 나무로 만들어진 대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공주는 혹시 맥클라우드 병사가 자신을 가로막을까 두려운 마음에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다행히 모두가 전쟁에 열중해있느라 공주에게는 시선을 두지 못했다.

공주는 대문으로 다가가 한 손에는 말뚝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맥클라우드 왕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대문 손잡이를 돌렸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실내가 꽤 어두웠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빛에 익숙했던 두 눈이 천천히 어두운 실내에 적응해 나갔다. 집 안은 바깥보다 시원했다.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집안 가득 잡혀온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침내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졌고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을 찾기 위해 집 안을 둘러봤다. 공주의 시선에 바닥 위에서 벌거벗겨진 여자 위로 바지를 벗고 뒹굴고 있는 맥클라우드 왕의 모습이 포착됐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맥클라우드 왕이 두꺼운 손바닥으로 여자의 입을 막자 두 눈이 쏟아져나올 듯 소리 없이 악을 쓰고 있었다.

루안다 공주는 이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는 걸, 자신이 맥클라우드 왕을 죽이려고 한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없었다. 공주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말뚝을 움켜쥐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무릎이 후들거렸다. 공주는 성공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마치 생명 줄을 붙잡듯 공주는 온 힘을 다해 말뚝을 꼭 쥐었다.

부탁 드립니다. 신이시여, 제가 이 남자를 죽일 수 있게 해주세요.

공주의 귓가에 맥클라우드 왕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며 야생 동물처럼 찡그리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맥클라우드 왕이 움직일 때마다 여자의 비명 소리는 더욱 괴롭게 울려 퍼졌다.

루안다 공주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또다시 조심스럽게 앞으로 한 발짝씩 걸어가기를 반복하며 맥클라우드 왕에게 다가갔다. 공주는 눈을 내리깔고 맥클라우드 왕의 살피며 말뚝을 박을만한 곳을 찾았다. 다행히도 그는 갑옷을 벗고 얇은 셔츠 하나만을 걸친 상태로 지금은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맥클라우드 왕의 땀냄새가 루안다 공주의 코끝을 찌르자 공주는 얼굴을 찌푸렸다. 갑옷을 벗은 건 맥클라우드 왕의 실수였다. 공주는 이것이 그의 마지막 실수로 남을 거라 생각했다. 공주는 훤히 드러난 그의 등에 말뚝을 내리꽂을 심산으로 두 손으로 말뚝을 높이 치켜들었다.

맥클라우드 왕의 괴성이 절정에 이름과 동시에 공주는 양 손으로 있는 힘껏 말뚝을 더욱 높이 들어올렸다. 공주는 이 순간 이후 벌어질 모든 변화에 대해 생각했다. 맥클라우드 왕은 극악무도한 철권통치를 내려놓고, 공주의 백성들은 더 이상의 침략을 겪지 않게 된다. 공주의 남편은 왕권을 이어받아 맥클라우드 왕의 뒤를 이를 것이고 마침내 모든 것이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나 루안다 공주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 당장 말뚝을 내리꽂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공주는 숨을 참고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양 손으로 머리위로 높이 든 말뚝을 단숨에 무름을 구부리고 사력을 다해 있는 힘껏 맥클라우드 왕의 등을 향해 내리 꽂았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져 공주는 아무런 대비도 할 수 없었다. 말뚝이 맥클라우드 왕의 등에 꽂히려던 순간 맥클라우드 왕은 몸을 굴려 자리를 피했다. 거구의 맥클라우드 왕은 공주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민첩했다. 맥클라우드 왕이 옆으로 굴러 자리를 피하는 바람에 그 밑에 있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주가 말뚝을 거두기엔 이미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공주는 그대로 말뚝을 내리 꽂았고, 끔찍하게도 여자의 가슴을 그대로 뚫었다.

말뚝이 박힌 여자는 그대로 위로 몸을 세우며 부들부들 떨었다. 루안다 공주는 말뚝이 여자의 살을 깊게 파고들어 심장에 찔리는 감촉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여자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고 여자는 배신감을 느낀 듯한 눈빛으로 루안다 공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마침내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다시 누워 싸늘한 시체가 됐다.

루안다 공주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무릎을 꿇고 굳은 채 앉아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맥클라우드 왕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한쪽 볼에 심한 고통을 느껴졌다. 공주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지면서 그제서야 공주는 맥클라우드 왕이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걸 느꼈다. 공주는 세찬 주먹 한 방에 바닥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맥클라우드 왕은 마치 공주의 모든 움직임을 예상한 것 같았다. 그는 공주가 말뚝을 들고 다가오는 걸 모른 척 연기했다. 맥클라우드 왕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공주를 함정에 빠트려 여자를 죽이게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공주에게 살인의 죄책감을 씌워줄 치밀한 계산을 미리 하고 있었다.

눈 앞의 모든 상황이 깜깜해지기 전에, 루안다 공주는 희미하게 맥클라우드 왕의 얼굴을 살짝 보았다. 그는 입을 벌리고 공주를 내려보며 크게 웃고 있었다. 숨소리는 들짐승처럼 거칠었다. 맥클라우드 왕의 커다란 부츠가 공주의 얼굴을 뭉개기 직전 공주가 들은 마지막 맥클라우드 왕의 목소리는 짐승처럼 거칠었다.

“내 수고를 덜어줬군.” 맥클라우드 왕이 말했다. “이 여자랑은 재미를 다 봤거든.”

제 2장

그웬돌린 공주는 왕실의 구불구불한 뒷길을 달렸다. 왕실로부터 멀어지는 그녀의 두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공주는 최대한 개리스 왕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위해 애썼다. 개리스 왕과의 대면 이후, 펄스의 처형을 목격한 이후, 개리스 왕의 협박을 들은 이후 공주의 심장은 계속해서 요동쳤다. 공주는 간절한 마음으로 개리스 왕의 말 속에 담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내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나 사악한 개리스 왕의 논간 속에서, 진실과 거짓은 서로 얽히고 설켜 진실이 무엇인지 간파하기 힘들었다. 그는 공주를 겁주려던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가 한 모든 말이 사실일까?

목이 매달린 펄스의 시체를 목격한 그웬돌린 공주는 어쩌면 이번에는 개리스 왕의 모든 말이 사실일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고드프리 왕자가 정말로 독약을 마셨고, 어쩌면 정말로 공주가 반인 반수인 네바런스 족에게 팔려갈 수도 있었고, 어쩌면 정말로 지금 이 순간 토르가 매복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이 모든 생각들로 공주는 몸서리가 났다.

달리는 내내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만 했다. 이미 멀리 떠난 토르에게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고드프리 왕자를 찾아 정말 독약을 마셨는지,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웬돌린 공주는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왕실의 뒷길을 달리며 다시 이곳을 찾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공주는 다시는 이런 곳에 발을 디딜 일이 없을 거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만약 고드프리 왕자가 음독을 했다면 분명 술집에서 사건이 벌어졌음이 분명했다. 그곳이 아니라면 어디서 그런 일을 당한단 말인가?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가 다시 술집을 찾은 데 화가 났다. 그가 경계를 늦추고 방심한 데 화가 났다. 그러나 그런 마음보다는 그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더욱 컸다. 근래에 들어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와 사이가 더욱 각별했고, 아버지를 잃은 지금, 고드프리 왕자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공주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공허했다. 공주는 또한 위험에 처한 고드프리 왕자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공주는 공포에 젖은 상태로 길을 달렸다. 공주가 공포를 느낀 까닭은 길가에 널린 주정뱅이들이나 건달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공주의 오빠, 개리스 왕이 공주가 느끼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은 악마 같았다. 공주는 개리스 왕의 얼굴과, 눈빛을 마음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검은 눈빛과 얼굴에는 영혼이 없었다. 무언가에 씌인 것 같았다. 개리스 왕이 아버지의 왕좌에 앉아있는 모습이 더욱 그의 악마 같은 모습을 실감케 했다. 공주는 개리스 왕의 앙갚음이 두려웠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공주를 반인 반수와 혼인시킬 계획을 세웠는지도 몰랐다. 공주는 결코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 또는 어쩌면 그가 공주를 방심하게 만들어 이번에는 정말로 공주를 암살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 길을 달리며 공주는 주변을 경계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낯설고 적대적으로 보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개리스 왕이 보낸 적으로 보였다. 공주는 점점 큰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다.

골목길을 도는 순간 술 취한 늙은 남자와 부딪히는 바람에 공주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깜짝 놀라 의도치 않게 크게 비명을 질렀다. 공주는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잠시 뒤에야 공주는 그가 개리스 왕이 보낸 암살자가 아닌, 그저 술 취한 조심성 없는 행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주는 가던 길을 재촉하며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술 취한 노인은 사과할 정신도 없이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이 뒷골목의 무례함이 참기 힘들었다. 고드프리 왕자만 아니었다면 공주는 이곳에 올 일이 없었다. 순간 자신을 이런 상황에 밀어 넣은 고드프리 왕자가 미웠다. 왜 고드프리 왕자는 술집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인가?

또 다른 골목길을 돌자 찾던 술집이 나타났다. 고드프리 왕자의 단골 술집이었다. 존재를 변명이라도 하듯 기울어진 건물, 조금 열려있는 입구에서는 술 취한 주정뱅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주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술집 안에서 시야를 확보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술 냄새와 취객들의 땀 냄새가 풍겼고, 공주의 등장에 술집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술집 안을 꽉 채운 취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공주를 보곤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왕족의 귀한 신분인 공주가 고급스러운 옷을 차려 입고 수년간 청소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듯한 술집 안에 들어서 있었다.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의 술 친구, 배가 나오고 키가 큰 아코드에게 다가갔다.

“오빠는 어디 있지?” 공주가 물었다.

늘 흥에 취해 천박한 농담을 뱉고 스스로 만족해하던 아코드가 맥없이 고개를 젖는 모습에 공주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안 좋아요, 공주님.” 아코드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공주가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며 대답을 재촉했다.

“ 술을 잘못 마셨어요.” 고드프리 왕자의 또 다른 술친구, 키가 크고 마른 펄톤이 대답했다. “어제 밤에 쓰러졌어요.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거지?” 공주는 넋이 나간 듯 아코드의 팔목을 쥐고 물었다.

“간신이요.” 아코드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힘겹게 숨이 끊어져가고 있어요. 약 한 시간 전에 말을 멈췄어요.”

“어디 있는데?” 공주가 다그쳤다.

“뒤쪽에 있어요, 아가씨.” 술집 주인이 침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바에 기대 술잔을 닦으며 대답했다. “왕자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할 거에요. 저는 제 사업체에 시체가 오래 머무는 건 원치 않거든요.”

술집 주인의 말에 단단히 화가 난 공주는 단검을 꺼내 칼끝을 술집 주인의 목에 겨눴다.

깜짝 놀란 술집 주인은 침을 꿀꺽 삼켰고, 술집 안은 순식간에 적막에 싸였다.

“첫 번째로,” 공주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사업체가 아니야. 그저 술이나 파는 곳이지. 그리고 왕족에게 다시 한번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말한다면 병사들을 대동해 이곳을 밀어버릴 거야. 내게 공주라는 칭호를 붙여 말하도록.”

공주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자신의 이러한 대담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공주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술집 주인은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공주님.” 술집 주인이 공주에게 예를 갖췄다.

그웬 공주는 여전히 단검을 겨누고 있었다.

“두 번째로, 내 오빠는 죽지 않아, 더군다나 이런 곳에서는 더더욱. 오빠의 시체는 이곳을 찾는 그 어떤 살아있는 자의 영혼보다 너의 사업체에 영광으로 남을 거야. 그리고 만약 오빠가 죽는다면, 네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야.”

“그렇지만 전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공주님.” 술집 주인이 애원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술을 줬습니다!”

“누군가가 분명 독을 탄 걸 거에요.” 아코드가 설명했다.

“누군지는 알 수가 없어요.” 펄톤이 거들었다.

그웬 공주는 천천히 단검을 내렸다.

“오빠에게 안내해, 당장!” 공주가 명령을 내렸다.

술집 주인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바 뒤에 있는 옆 문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공주가 그의 뒤를 따랐고 아코드와 펄톤도 공주를 따라갔다.

공주는 술집의 뒷문으로 안내됐다. 그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주도 모르게 헉 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주의 눈에는 바닥에 곧게 누워있는 고드프리 왕자가 보였다. 고드프리 왕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개리스 왕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공주는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 곁에 다가갔다. 고드프리 왕자를 잡은 공주의 손끝에 차갑고 축축한 촉감이 전해졌다. 왕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바닥에 머리를 대로 누운 왕자의 이마 위로 기름진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미약하게나마 왕자의 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맥이 뛰고 있었다. 공주는 또한 고드프리 왕자가 숨을 쉴 때마다 부푸는 그의 가슴을 살폈다. 아직 살아있었다.

순간 차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오빠를 이렇게 방치해둘 수가 있지?” 공주가 술집 주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왕족인 내 오빠가 죽어가는데 바닥에 개처럼 버려 논거야?”

잔뜩 긴장한 술집 주인이 침을 삼켰다.

“그럼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공주님?” 술집 주인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여긴 병원이 아닙니다. 다들 왕자님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빤 죽지 않았어!” 공주가 소리쳤다. “그리고 당신들 두 사람.” 공주가 아코드와 펄톤을 보며 소리쳤다. “당신들이 무슨 친구야? 오빠라면 너희들을 이렇게 내버려 뒀을까?”

아코드와 펄톤은 서로 마주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용서해 주세요.” 아코드가 용서를 구했다. “어젯밤 의원이 와서 왕자님을 살펴보곤 왕자님이 죽어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러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밤 내내 왕자님 곁을 지켰습니다, 공주님.” 펄톤이 설명했다. “왕자님 곁을 지켰어요. 저희는 잠시 슬픔을 지우려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공주님이 오신 거에요, 그리고—”

여전히 분노에 젖은 그웬 공주는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손에 쥐어진 술잔을 뺏어 멀리 바닥에 내팽개쳤다. 바닥 위로 술이 흥건히 스며들었다. 아코드와 펄톤은 흠칫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

“각자 오빠를 한쪽에서 들어.” 공주가 차가운 어조로 명령했다. 공주는 스스로에게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 “여기서부터 오빠를 들어 옮겨. 나를 따라 왕실 의원의 집으로 따라와. 오빠는 제대로 치료를 받을 거고, 돌팔이 같은 의원의 진단에 맞춰 죽을 때까지 그저 방치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당신.” 공주가 술집 주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빠가 회복되고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만약 내 오빠에게 술을 판다면, 널 지하 감옥에 죽을 때까지 가둬 둘 거야.”

술집 주인은 공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움직여!” 공주가 소리쳤다.

아코드와 펄톤은 서둘러 움직였다. 공주는 지체 없이 그곳에서 나왔고 공주의 뒤로 아코드와 펄톤이 고드프리 왕자를 부축해 공주의 뒤를 따라 술집 밖으로 나섰다.

공주 일행은 서둘러 왕실의 뒷길을 따라 왕실의 의원 집으로 향했다. 공주는 쉬지 않고 마음속으로 너무 늦지만은 않았기를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제 3장

토르는 말을 타고 흙먼지가 일어나는 왕궁의 외각을 달렸다. 리스 왕자, 오코너, 엘덴, 쌍둥이들이 토르 옆에서 함께 말을 타고 달렸고 크론 또한 토르 옆을 따라 달렸다. 토르 일행은 캔드릭 왕자, 콜크 사령관, 브롬 총사령관, 부대원들 및 실버 전사들과 함께였다. 막강한 군대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에 맞서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의 움직임으로 도시를 구하기 위해 달렸고 말을 달리는 소리가 마치 천둥 번개처럼 찌렁거리며 귀를 먹먹하게 했다. 맥길 왕가의 군대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달렸고 어느새 두 번째 태양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토르는 자신이 이 훌륭한 군대의 일원으로서 함께 한다는 사실이, 생애 첫 군사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이제야말로 왕의 부대의 일원으로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사실, 왕의 부대의 모든 부대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지원 부대로 합류한 상황이었다. 토르와 토르의 친구들도 모두 그 대열에 함께했다. 왕의 부대 부대원들은 수천만 명의 맥길 왕가의 군사들 중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토르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무언가 대단한 조직의 일원이 된 듯한 소속감을 느꼈다.

토르는 또한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생각됐다. 맥길 왕국의 백성들은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에 점령당했고, 이로써 맥길 왕가의 군대는 백성들을 끔직한 운명에서 해방시켜야 할 임무를 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현재 토르가 속한 군대에게 주어진 임무의 중대함이 생생하게 전해질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토르에게는 지금 이 순간순간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기량을 자랑하는 군대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토르는 안정감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토르가 속한 군대는 진정한 전사들로 구성된 군대였다. 이는 곧 이들 전사들이 그들처럼 최정예 군사들이 있는 군대에 맞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토르는 수많은 전쟁을 치른 진정한 군대와 맞서게 되는 것이다. 즉,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전쟁을 앞두고 있는 것이었다. 그 전쟁은 지금까지 맞닥뜨린 훈련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의 전쟁이었다. 토르는 말을 타고 달리는 와중에 손을 뻗어 새총과 새로 받은 검을 더듬으며 다시 한번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혹시 오늘이 지나기 전, 검이 적군의 피로 물들게 될지 의문이 들었다. 또는 자신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맥길 왕가의 군대는 커다란 함성을 질렀다. 그들의 기합 소리는 말들이 달리는 소리를 크게 압도했다. 구부러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포위된 도시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도시 위로 시커먼 연기가 하늘 위로 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맥길 왕가의 군대는 더욱 박차를 가해 말을 달려 전진했다. 토르 또한 말을 더욱 세게 달리며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속도를 냈다. 전사들은 일제히 검을 꺼내 들고 무기를 손에 쥐고는 죽을 각오로 포위된 도시를 향해 질주했다.

거대한 군대 안에서 토르는 소규모 그룹으로 분리됐다. 토르와 토르의 친구들은 안면이 없는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분리되어 총 10명이 함께 했다. 해당 그룹에는 근위대 상급지휘관인 포그 지휘관이 속해있었다. 그는 큰 키에 마르고 강단 있는 체격을 지녔으며 피부는 곰보 자국이 가득했고 아주 짧은 회색 빛 머리카락에 눈동자가 어둡고 눈이 깊숙이 꺼져있는 인물이었다. 맥길 왕가의 군대는 그렇게 소 규모로 분리되어 다 갈래로 이동했다.

“이 그룹은 나를 따르라!” 포그 지휘관이 지휘봉으로 토르와 토르 일행들에게 손짓하며 자신을 따라 무리에서 벗어나도록 명령했다.

토르가 속한 그룹은 그의 명령에 따라 그의 뒤로 줄을 서서 대규모 군대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토르는 뒤를 돌아 봤다. 토르가 속한 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보다 멀리 떨어져 움직이고 있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의문이 들 무렵 포그 지휘관이 소리쳤다.

“우리는 맥클라우드 군대의 측면을 공격할 것이다!”

토르와 일행들은 말을 타고 전진하며 기대와 걱정이 섞인 눈빛을 교환했다. 이들 일행은 시야에서 더 이상 대규모 군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측면으로 계속 달렸다.

머지 않아 이들 앞에 새로운 길이 펼쳐졌고, 더 이상 도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토르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포그 지휘관은 맘을 멈춰 세우고 수풀이 우거진 작은 언덕 앞에서 가던 길을 멈췄다. 토르와 나머지 일행들도 그를 따라 모두 말을 멈춰 세웠다.

토르와 일행들은 포그 지휘관이 갑자기 멈춰선 영문을 몰라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대기한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다.” 포그 지휘관이 설명했다. “너희들은 아직 어린 병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너희들을 전쟁에 직접 투입하지 않으려 한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이곳에 오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이곳에서 대기하면 너희들은 안전할 것이다. 우리가 다른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이곳을 샅샅이 탐색하라. 바로 움직여라!”

포그 지휘관은 말을 발로 차며 언덕 위로 향했다. 토르와 일행들도 지휘관을 따라 말을 달렸다. 그렇게 토르가 속한 작은 그룹은 먼지가 일어나는 들판을 달렸다. 주변에는 다른 병사들이나 적군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토르는 전쟁에 참여하는 그룹에서 열외 된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왜 부대원들은 이렇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계속해서 말을 달릴수록, 토르는 이상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무슨 기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육감이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언덕의 정상에 오르자, 오랫동안 버려진 듯한 유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높고 얇은 탑이 하나 놓여 있었다. 순간 토르는 마음 어딘가에서 뒤를 돌아 상황을 확인해보라는 암시 같은 게 일어났다. 돌아보니, 포그 지휘관의 모습이 보였다. 포그 지휘관은 의아하게도 그룹과 점점 거리를 두더니 어느새 멀리 멀어져 가고 있었다. 토르는 계속해서 포그 지휘관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내 포그 지휘관은 뒤로 돌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왔던 길을 따라 전속력으로 말을 질주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토르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왜 포그 지휘관은 그렇게 서둘러 떠난 것인가? 토르의 옆에서 크론이 칭얼거렸다.

방금 벌어진 일이 여전히 의아한 토르는 일행을 따라 언덕의 정상에 있는 유적지에 다다랐고, 황무지 외에 다른 것을 볼 거란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토르가 속한 일행은 유적지 앞에서 급하게 말을 멈춰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일제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그곳에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 전체가 그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토르 일행은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제4 장

그웬돌린 공주는 복잡하게 얽힌 왕실의 거리를 서둘러 걸어갔다. 공주의 뒤로 아코드와 펄톤이 고드프리 왕자를 부축하며 따라갔고 공주는 그들 앞에서 인파를 뚫으며 길을 안내했다. 공주는 최대한 빨리 고드프리 왕자를 왕실 의원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고드프리 왕자가 죽게 내버려줄 순 없었다. 이 모든 일을 겪고 나서 이렇게 이런 식으로 죽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행여라도 고드프리 왕자가 사망하게 된다면 그 소식을 접한 개리스 왕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질 게 뻔히 보였다. 공주는 그런 결과가 절대는 벌어져선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조금 더 일찍 고드프리 왕자를 발견하지 못한 게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모퉁이를 돌아 도시의 광장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광장에는 수 많은 군중들이 모여있어 여느 때보다 북적거렸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펄스가 보였다. 여전히 밧줄에 목이 매달린 채 모두의 구경거리가 되도록 시체가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공주는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리스 왕의 극악무도함을 반영하는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공주는 그 어디를 가더라도 개리스 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어제만 해도 펄스와 이야기를 나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공주와 이야기를 나눴던 펄스가 지금은 목에 밧줄이 감긴 채 매달려 있었다. 공주는 자신의 주변을 에워싼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그리고 공주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다른 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선 두려워할 여유가 없었다. 공주는 용기를 내 참형 당한 시신이 매달려 있는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공주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 예상치도 못하게 검은색 의복을 입은 왕실의 사형 집행인들이 공주의 길을 막아 섰다.

공주는 처음에는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이내 그들은 공주에게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공주님” 사형 집행관이 예를 갖춰 말을 걸었다. “저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무런 명도 받지 못했습니다. 저 시체를 제대로 묻어줘야 할지 빈민가 시체더미에 버려야 할지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주는 가던 길을 멈췄다. 이런 결정을 자신이 내려야 하는 상황에 심기가 불편했다. 공주가 멈춰서는 바람에 아코드와 펄톤 또한 공주 뒤에 가던 길을 멈췄다. 눈부신 태양빛을 받으며 공주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매달려 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공주는 사형 집행관을 그냥 무시한 채 가던 길을 재촉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순간, 공주에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쳤다. 공주는 아버지를 위해 정의를 구형하고 싶었다.

“저 자를 빈민가 시체더미에 버리거라.” 공주가 대답했다. “아무런 표식도 남기지 말고 제대로 묻지도 말거라. 난 저자가 역사의 기록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길 바란다.”

사형 집행관은 공주의 명을 받고 고개를 끄덕여 예를 갖춰 대답했다. 공주는 정당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아버지를 진짜로 살해한 건 펄스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런 처형은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애도할 마음도 전혀 없었다. 공주는 순간 아버지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아버지의 강력한 힘이 느껴졌고, 펄스의 처리에 평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네.” 공주가 사형 집행관을 불러 세워 덧붙였다. “지금 당장 시체를 내리게.”

“지금이요, 공주님?” 사령 집행관이 물었다. “그렇지만 폐하께서 시체를 무기한으로 매달아두라고 명하셨습니다.”

그웬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공주가 대답했다. “이게 폐하의 명령이네.” 공주가 거짓말을 전했다.

공주는 다시 한번 자신의 거짓말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개리스 왕은 창 밖을 내려다보며 펄스의 시체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할 게 분명했다. 펄스의 시체를 치우면 개리스 왕의 심기가 불편해질 게 자명했다. 이는 곳 개리스 왕에게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리는 공주의 경고이기도 했다.

 

그웬 공주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할 무렵, 저 멀리서 새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공주는 발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높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에스토펠레스가 있었다. 공주는 한 손을 올려 강렬한 햇빛에 눈가를 가리고 자신이 정말 에스토펠레스를 본 건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공중에서 에스토펠레스가 다시 한번 울부짖으며 날개를 크게 펼쳤다.

순간 공주에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공주는 한 손을 뻗고 휘파람을 불어 에스토펠레스를 불렀다. 에스토펠레스는 순식간에 하강하여 공주의 손목 위에 안착했다. 에스토펠레스의 무게가 상당했고, 매의 발톱이 공주의 피부를 짓눌렀다.

“토르에게 가보렴.” 공주가 에스토펠레스에세 속삭였다. “전쟁에서 토르를 찾아 토르를 보호해줘. 어서 가렴!” 공주가 손을 하늘 위로 올리며 소리쳤다.

공주는 에스토펠레스가 날개 짓을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에스토펠레스가 토르를 지켜주기를 기도했다. 에스토펠레스에게는 무언가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특히 토르와 에스토펠레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교감이 있었기에 공주는에스토펠레스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공주는 다시 걸음을 재촉해 왕실의 의원이 머무는 곳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공주 일행은 여러 개의 아치형 문을 통과해 왕실 밖으로 벗어났고 최대한 빨리 이동했다.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가 도움을 손길을 받을 수 있게 생명 끈을 꼭 붙잡고 있길 바랬다.

왕실을 벗어나 작은 언덕을 오를 무렵 어느덧 두 번째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때마침 왕실 의원이 머무는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은 집이었다. 방은 하나밖에 없었으며 백토로 벽을 발라 마감된 짐이었다. 양 쪽으로 작은 창문이 나 있었고 정면에는 아치형의 오크나무로 만든 대문이 있었다. 지붕에는 온통 온갖 종류의 약재와 형형색색의 다양한 식물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오두막이 식물원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주는 서둘러 대문으로 달려가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다. 오두막의 문이 열렸고 공주 앞에 왕실 의원이 모습이 나타났다.

일레프라. 그녀는 한 평생을 왕실 의원으로 왕족들을 치료했다. 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레프라는 여전히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공주보다도 조금 성숙해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아름답게 윤이 났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초록빛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약 18세 정도의 젊은 여성에 불과해 보였다. 그웬 공주는 일레프라의 실제 나이가 그보다 훨씬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레프라는 또한 공주가 아는 몇 안 되는 매우 명석하고 유능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공주 일행을 본 일레프라의 시선은 단번에 고드프리 왕자를 향했다. 일레프라는 걱정이 앞선 눈빛으로 상황이 절박하다는 걸 짐작하고 공주를 반기는 일을 생략했다. 일레프라는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안으로 모시세요.” 일레프라가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를 부축해온 아코드와 펄톤에게 말했다. “빨리 서둘러 주세요.”

일레프라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활짝 열었고, 공주 일행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공주는 일행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여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집 안이 어두워 시야를 확보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어린 시절 이곳을 찾았을 때 봤던 그때 그대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고, 따뜻하고, 깨끗하고 다양한 식물과 약초와 온갖 종류의 물약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이곳에 왕자님을 눕히세요.” 일레포라가 심각한 어조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기 모퉁이에 있는 침대에요. 셔츠와 신발을 벗겨주시고 자리를 좀 비켜주세요.”

아코드와 펄톤은 그녀의 말에 따랐다. 두 사람이 왕자를 눕히고 문 밖으로 나가려던 때 공주는 아코드의 팔을 붙잡았다.

“문 밖에서 망을 봐줘.” 공주가 명령했다. “누구든지 고드프리 오빠를 쫓는 자는 아직도 고드프리 오빠를 노리고 있을 거야. 또는 나를 노리거나.”

아코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펄톤과 함께 문 밖으로 나갔다.

“이 상태로 얼마나 있었던 거죠?” 일레프라가 고드프리 왕자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왕자의 손목과 배와 목의 맥을 짚으며 공주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젯밤부터야.” 공주가 대답했다.

“어젯밤이라고요!” 일레프라가 따라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엔 걱정과 우려가 가득했다. 일레프라는 오랫동안 말 없이 고드프리 왕자를 진찰했고, 표정은 더욱 어둡게 변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일레프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레프라는 다시 한번 고드프리 왕자의 이마를 짚고 두 눈을 감은 뒤 아주 오랫동안 숨을 골랐다. 오랜 시간 동안 방 안은 깊은 침묵이 흘렀고, 그웬 공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초초해 더 이상 보고만 있기만 힘들었다.

“독약.” 마침내 일레프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마음으로 고드프리 왕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웬 공주는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레프라는 일평생 병명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한 일이 없었다. 그녀 혼자서 군대가 사람을 구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냈다. 그녀의 그런 능력이 학습에 의한 것인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인지 알 수 없었다. 일레프라의 어머니 또한 의원이었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 또한 의원이었다. 그럼에도 일레프라는 모든 시간을 독극물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치유법을 연구하는데 열중했다.

“매우 강력한 독이에요.” 일레프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흔히 접하지 못하는 독이죠. 아주 귀하고 값비싼 독이에요. 고드프리 왕자님을 해하려 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독을 써야 왕자님을 해칠 수 있는지 분명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왕자님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왕자님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신 분인가 봐요.”

“아버지께 물려받은 강인함이지.” 그웬 공주가 대답했다. “고드프리 오빠는 강인한 체력을 가졌어. 모든 맥길 왕가의 후손들이 그러하듯, 체력을 타고났지.”

일레프라는 방을 가로질러 나무 판 위에 몇몇 약초를 올려두고 섞기 시작했다. 각각의 약초들을 빻아서 갈아둔고 그곳에 액체를 넣어 혼합했다. 그렇게 완성한 약은 녹색의 진득한 연고 같은 모습이었다. 일레프라는 손바닥에 연고를 가득 얹어 서둘러 고드프리 왕자에게 다가가 그의 목과 겨드랑이와 이마에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나서 다시 방을 가로질러 유리병에 담긴 불은 색, 갈색, 보라색이 나는 액체를 섞기 시작했다. 액체가 서로 섞이면서 연기가 일어났다. 일레프라는 혼합한 액체에 나무 숟가락을 넣어 오랫동안 저은 뒤 다시 고드프리 왕자에게 달려가 그의 입술에 액체를 발랐다.

고드프리 왕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일레프라는 한쪽 팔로 고드프리 왕자의 머리를 일으켜 세우고 혼합한 액체를 왕자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어 입 속에 집어넣었다. 대부분의 액체가 입 옆으로 흘러나왔지만 그 중 일부는 목구멍 안으로 타고 몸 속에 들어갔다.

일레프라는 왕자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액체를 닦고 다시 왕자의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등을 기대고 한 숨을 쉬었다.

“오빠가 살 수 있겠어?” 공주가 초조하게 물었다.

“아마도요.” 일레프라의 어조가 침울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그렇지만 충분하지 않아요. 이제 왕자님의 목숨은 왕자님의 운명에 달려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웬 공주가 절실하게 물었다.

일레프라는 고개를 돌려 그웬 공주와 눈을 맞췄다.

“왕자님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긴 밤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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